AI의 진짜 병목은 전기가 아닙니다

 


모두가 전기를 걱정할 때

AI 투자 이야기가 나오면 늘 같은 걱정이 따라옵니다. "전기가 모자란다", "데이터센터 지을 땅이 없다"는 얘기죠.

실제로 숫자도 그렇습니다. 미국 텍사스에는 데이터센터용 전기를 달라는 신청이 매달 수십 GW(기가와트)씩 들어와요. 그런데 지난 12개월 동안 승인된 건 1GW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반도체 분석가 딜런 파텔(세미애널리시스 창업자)은 다르게 봅니다. 전기는 어떻게든 돌아갈 길이 있고, 2027~2028년의 진짜 병목은 '기판' 같은 부품이라는 거죠.

이유는 속도입니다. 전기 문제를 피해 가는 방법은 반도체 공급망이 따라잡는 속도보다 훨씬 빨리 깔린다는 겁니다.



역사는 늘 비슷하게 흘러갔어요

1990년대 인터넷 붐 때도 처음엔 "통신망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돈이 몰렸고, 기업들이 앞다퉈 광케이블을 땅에 묻었죠.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거품이 꺼진 뒤 그때 깔린 광케이블의 대부분이 쓰이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이걸 '다크 파이버(불 꺼진 광섬유)'라고 불러요.

덩치 큰 인프라 문제는 돈이 몰리면 생각보다 빨리 풀립니다. 오히려 넘쳐서 문제가 되기도 하죠.



지금 AI 전력도 같은 길을 걷고 있어요

송전망이 막히자 빅테크들은 아예 전력망을 거치지 않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데이터센터 옆에 발전기를 직접 놓는 거예요.

일론 머스크의 xAI가 대표적입니다. GPU 10만 개짜리 데이터센터를 4개월 만에 지었는데요. 가스 터빈과 엔진을 들여와 전기를 직접 만들었죠.

다른 기업들도 따라가고 있어요. 오픈AI와 오라클은 텍사스에 대규모 자체 가스발전 설비를 주문했습니다. 선박 엔진을 데이터센터용으로 돌리는 회사도 나왔고요.

연료전지는 설치까지 몇 주면 충분합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손잡고 소형 원전(SMR)까지 짓기로 했어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AI 데이터센터는 1GW당 1년에 100억~120억 달러를 벌 수 있어요. 400MW짜리 데이터센터를 6개월만 빨리 열어도 수십억 달러 가치가 생기는 셈이죠.

전력 문제는 '돈으로 시간을 사는' 방식으로 이미 풀리고 있습니다.



돈으로도 당장 못 사는 것들

문제는 부품입니다. 공장을 지을 돈이 있어도 기술이 어렵고 만드는 회사가 몇 곳 안 돼서 공급을 빨리 늘릴 수가 없어요.

첨단 기판 소재부터 볼게요. AI 칩 기판에는 'T-글라스'라는 특수 유리섬유가 들어갑니다. 일본 닛토보가 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데요. 새 생산설비는 빨라야 2027년 중반에 돌아갈 예정입니다.

고성능 메모리도 비슷합니다. 메모리 시장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세 회사가 거의 다 차지하고 있어요. 마이크론은 2026년 물량이 이미 다 팔렸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은 일부 고객이 원하는 양의 3분의 2 정도만 맞출 수 있다고 했어요. 새 공장은 2027년, 2028년, 2030년에야 차례로 가동됩니다.

광통신 레이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센터 안에서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레이저 칩이 필요한데요. 레이저 업체 루멘텀은 레이저 칩 수요가 공급보다 30% 이상 많다고 밝혔습니다.

루멘텀은 2026년 말까지 생산량을 50% 넘게 늘릴 계획이에요. 그래도 새로 짓는 미국 공장은 2028년이 돼야 생산에 본격적으로 보탬이 됩니다.

전기는 몇 주 만에 들여올 수 있지만, 이런 부품은 공장을 새로 짓는 데만 2~3년이 걸립니다.



흔해지면 싸지고, 귀해지면 비싸집니다

시장 법칙은 단순해요. 흔해지는 건 싸지고, 귀해지는 건 비싸집니다.

전력은 돈이 몰리면서 해결책이 쏟아지고 있어요. 반면 기판, 메모리, 레이저는 몇 년 동안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렵습니다.

이미 그 흐름이 보여요. 딜런 파텔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메모리·기판·광부품 원가가 오르는 만큼 판매 가격을 올려 고객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이익률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AI 투자에서 돈을 버는 자리는 '전력 인프라'에서 '공급을 쉽게 늘릴 수 없는 첨단 부품과 광통신'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3줄 요약

  • 전력 부족은 자체 가스터빈, 연료전지, 소형 원전처럼 돈으로 시간을 사는 방법들이 나오면서 빠르게 풀리고 있습니다.
  • 첨단 기판(T-글라스), 고성능 메모리, 광통신 레이저는 소수 기업이 공급을 쥐고 있고, 새 공장은 2027~2028년에야 가동돼 당장 공급을 늘리기 어렵습니다.
  • 흔해지는 건 싸지고 귀해지는 건 비싸진다는 법칙에 따라, AI 시장에서 돈을 버는 자리는 전력에서 첨단 부품·광통신 공급망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