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신용 위기설과 100달러 유가, 정말 제2의 2008년 금융위기가 오고 있을까?

1. 대중의 공포 : 되살아난 리먼 사태의 망령

최근 시장에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단기간에 60% 이상 폭등했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월가 일각에서는 현재의 자산 가격 흐름이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는 섬뜩한 경고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신경을 긁는 것은 '사모대출(Private Credit) 펀드 환매 중단' 소식입니다. 대형 운용사에서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것이 2007년 8월 빚어졌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겹쳐 보인다는 것입니다. 당시 그 사건은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이어지는 위기의 신호탄이었습니다. 대중은 지금의 상황을 보며 곧 금융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폭락장이 올 것이라 지레 겁을 먹고 있습니다.

2. 역사의 이면 : 사모신용 시장은 왜 커졌는가

이 공포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먼저 '사모신용(Private Credit)'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시장이 이렇게 거대해졌는지 그 역사적 맥락을 살펴봐야 합니다. 사모신용이란 쉽게 말해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장을 키운 것은 2008년 금융위기 그 자체였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당국은 도드-프랭크법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 전통적인 은행들이 위험한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웠습니다.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자금이 필요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은행 대신 규제가 덜한 사모펀드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원했던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의 막대한 자금이 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며, 사모신용은 2조 달러에 육박하는 거대한 대안 금융 생태계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3. 데이터와 팩트체크 : 2008년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적 차이

그렇다면 일부 월가 전략가들의 경고처럼 지금의 사모신용 부실이 제2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뇌관일까요? 팩트와 시장에 존재하는 반대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 상황을 2008년의 시스템적 붕괴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한 비약에 가깝습니다.

첫째, 위기의 '구조와 연결 고리'가 다릅니다. 2008년 사태는 부실한 대출을 쪼개고 섞어 만든 파생상품(CDO 등)이 은행 시스템의 심장부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기 때문에 터졌습니다. 반면, 현재의 사모대출은 대부분 은행 시스템 바깥에 존재합니다. 투자자 역시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개인이 아니라, 수년간 자금이 묶이는(Lock-up) 것을 감수하고 들어온 장기 기관 투자자들입니다. 즉, 사람들이 앞다투어 돈을 빼는 '뱅크런'이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주류 대체투자 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크트리 캐피털(Oaktree Capital)이나 아폴로(Apollo) 같은 사모신용 시장의 거두들은 "현재의 사모대출은 과거 모기지보다 훨씬 안전한 선순위(Senior secured) 담보를 확보하고 있으며, 레버리지(차입) 비율도 현저히 낮다"고 지적합니다. 문제가 된 펀드의 환매 중단 역시, 투자 자산을 헐값에 강제로 내다 파는(Fire sale) 것을 막기 위한 방어적 장치이지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는 카나리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4. 결론 : 유령에 겁먹지 말고, 진짜 리스크를 볼 것

흩어진 점들을 연결해 봅니다. 유가 100달러 돌파와 고금리의 장기화는 분명 경제 전반에 무거운 압박을 주고 있습니다. 높아진 이자 부담을 버티지 못한 한계 기업들의 부도율은 앞으로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이고,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일부 펀드들의 수익률 악화 소식도 계속해서 들려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제2의 리먼 사태'로 직결시키는 것은 공포를 파는 언론의 자극적인 노이즈입니다. 지금의 징후는 금융 시스템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폭발(Explosion)'이 아니라, 경쟁력이 없는 부실 기업들이 서서히 솎아지는 느리고 고통스러운 구조조정(Slow burn)의 과정입니다.

투자자는 과거 2008년의 유령에 사로잡혀 시장에서 섣불리 도망쳐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막연한 매크로의 붕괴를 점치는 것이 아닙니다. 고유가와 고금리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현금을 창출해 내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는, '진짜 기초체력을 가진 기업'을 선별해 내는 진중한 시각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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